넷플릭스 시리즈
8부작
공유, 서현진, 정윤하, 김동원 출연
김규태 감독
줄거리는 크게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하나는, 호숙가에 떠오른 트렁크와 살인사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각자의 비밀이 드러나고, 범인을 추려나간다.
범인을 추려나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물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최근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정도가 생각난다. 몇 달 사이에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를 연달아 보다 보니 이런 흐름이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둘, 한정원(공유)과 노인지(서현진) 그리고 이서연(정윤하)의 삼각관계 로맨스이다.
사실 로맨스보다는 멜로가 더 잘 어울리는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운 편이다.
한정원과 이서연은 이혼한 부부관계이다. 그러나 한정원은 초등학교 때부터 유일하게 곁에 있던 여자인 이서연에게 아이처럼 매달린다. 이서연은 이미 젊은 남자와 재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원을 완전히 내치지는 않는다. 달래서 돌려보내거나, 남편 핑계를 대며 자리를 뜬다. 그러면 한정원은 또 상처받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다.
노인지는 결혼서비스 업체의 직원이다. 직무가 결혼이고, 직업이 아내이다. 그러니까, 계약결혼을 하는 것이다. 한정원과도 그렇게 만났다. 한정원은 노인지를 필사적으로 밀어낸다. 이서연과 멀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점차 노인지에게 스며든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보듬어주며 점점 더 가까워진다.
8부작이라는 짧은 회차수에 비해 사건의 흐름이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느린 전개가 주인공들의 우울감을 좀 더 극대화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청자가 주인공의 우울함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정원의 경우 가정의 불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어머니를 감시하고, 집착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마저도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병실에 누워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부터 곁에 있어주었던 여자와 가정을 꾸리는 듯했지만, 그마저도 실패로 돌아갔다.
한정원은 돈이 아주 많은 부자이다. 화려하고 넓은 집에 살고 있고, 자동차는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타고, 일은 취미삼아 한다. 그래서인지 한정원의 우울함은 마치, 이미 하고 싶은 거 다 해 봐서 더 이상 하고 싶은 것조차 없는 무력함으로 표현된다. 그러다 보니 한정원이 내뱉는 불행이 마치 어린아이의 투정처럼 들리는 것이다.
노인지는 결혼을 실패했다. 결혼을 하려던 남편이 양성애자인 것을 엄마가 인터넷에 올려 온 국민이 알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남편은 아무런 말도 없이 연락을 끊고 사라졌다. 노인지는 그런 남편을 기다린다. 남편이 들어오지 않는 남편의 빈 집에서, 5년 동안이나. "끝내자."는 말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 부분에서 공감을 해야할지 애매하다. 남편이 양성애자인 것? 그것을 남들이 모두 알게 된 것? 결혼을 깨지게 만든 게 엄마라는 것? 남편이 말도 없이 사라진 것?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사람의 불행이나 우울에 함부로 비난하면 안 되는 것은 맞지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불행에 집착하며 계약결혼 서비스를 복수랍시고 하는 것에 쉽게 공감을 얻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이서연도 마찬가지이다. 이혼한 남편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계약결혼을 시키고, 막상 두 사람이 가까워지자 비정상적으로 집착한다. 심지어 전남편의 집에 CCTV를 설치하여 감시하다니. (와중에 CCTV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노인지는 한정원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도, CCTV를 떼지도 않는다.) 물론 이서연이 악역의 포지션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반응이 그다지 격렬하지도 않으니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답답할 지경이다.
현재 드라마의 왓챠 평균 평점은 2.8 이다. 왓챠가 특히 평점에 박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낮은 평점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코멘트가 부정적인 반응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감하기 어려운 주제와 주인공들의 감정, 상황이지만, 그 외 다른 이유들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먼저, 음악이다. 장면을 전환할 때, 스토리의 흐름을 바꿀 때 뜬금없이 시끄럽고 몽환적인 음악이 튀어나온다. 모든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아 있는데, 거기에 대고 돌멩이를 흩뿌리는 느낌이다.
두 번째는 대사. 손과 발이 오그라들고, 신경질나는 대사가 곳곳에 끼어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회에서 노인지가 잠에 못 들어 예민해진 한정원에게 전하는 말이다.
난 당신 안 꼬셔요. 그러니까 당신도 내 앞에서 편해져요. 당신이 그냥 당신이어도 내 앞에서는 괜찮다고.
의도는 알겠으나, 20세기 인터넷 소설같은 대사는 당장 드라마를 끄고 싶게 만든다. 한정원이 맥주를 내던져 상황을 끝내지 않았더라면, 아마 곧장 '뒤로가기'를 눌렀을 것이다.
[선공개] 서현진 & 공유의 이상한 결혼, 아슬하고 미묘한 관계의 시작 | 트렁크 | 넷플릭스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쓰긴 했지만, 한 번쯤은 감상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단, 시간이 많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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