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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eries

[로맨스] 조립식 가족(2024) - 황인엽, 정채연, 배현성, 최원영, 최무성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JTBC 수요드라마
16부작
황인엽, 정채연, 배현성, 최원영, 최무성 출연
김승호 감독 X 홍시영 각본

 

 얼마 전 종영한 JTBC드라마이다.

 

 아주 어린 시절 엄마를 잃어, 엄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윤주원과 그런 주원에게 물건처럼 떠넘겨진 김산하, 그리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엄마를 기다리는 강해준. 엄마 없이 자란 세 아이가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서로를 위하고 의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청춘 로맨스 드라마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어린 시절 엄마를 잃긴 했지만,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아빠 밑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주원은 밝고 명량한 아이다. 그런 주원의 윗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막내딸을 사고로 떠나보내고 세 식구가 된 가족이었다. 

 

 어린 동생과 단 둘이 집에 있다가 동생이 사고로 죽었다. 엄마는 동생을 죽게 내버려둔 산하를 원망하고,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화를 낸다. 물건이 날아다니고, 고성이 오간다. 어린 산하는 집 밖 계단에 앉아 싸움이 끝나길 기다린다. 

 

 그런 산하에게 주원이 다가간다. 

 

어린이는 배고프면 안 돼.

 

 

 계단에 앉아 라면을 부셔먹고 있는 산하에게 주원이 자신의 집으로 오라며 말하지만, 산하는 한숨을 내쉴 뿐이다. 주원에게 산하가 라면을 먹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빠는 안쓰러운 마음에 산하를 데려오라며 주원에게 육전을 들려 보낸다. 산하의 앞에서 맛있게 육전을 먹어 보이며 산하에 입에도 육전을 내밀어 보지만, 산하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주원의 앞에는 또 다른 인연이 나타난다. 아빠와 선을 본다는 여자와 그녀의 옆에 선 낯선 남자아이 해준. 새로운 엄마를 받아들일 수 없는 주원은 잔뜩 화가 나 주선자인 할머니에게 끌려 나온다. 해준과 둘만 남게 된 주원은 홀로 집에 간다며 발을 쿵쾅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해준은 다급하게 주원을 쫓는다.

 

 그렇게 집으로 향하던 주원은 산하가 하교하는 것을 보고는 신난 얼굴로 달려간다. 그런데 산하의 뒤에 있던 동급생들이 산하의 가정사에 대해 속닥거리는 것이다. 화가 난 주원은 저보다 머리 하나는 큰 남자아이들에게 무작정 달려든다. "우리 오빠 안 모잘라. 너가 모잘라!" 그 이후는 (귀여운) 패싸움이었다.

 

 산발이 된 머리를 한 아이들과 그 뒤에 선 부모님들. 주원이 억울하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말 덕분에 결국 사과를 받아내고, 다섯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러 간다.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 밥을 먹는 풍경은 마치, 화목한 한 가정 같았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선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서현(해준의 엄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동생에게 해준을 맡기고, 일이 해결되면 금방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겨놓고 떠난 서현. 그런 서현에게 연락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정재(주원의 아빠)이다. 해준의 사정을 알게 된 정재는 해준을 데려오기로 한다.

 

 한편, 여전히 딸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희(산하의 엄마)는 산하가 주원과 웃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견딜 수가 없다며 울부짖는다. 결국 남편인 대욱과는 헤어지고, 주원을 향해 "너 가져." 라며 산하를 버린 채 떠난다.

 

 그렇게 엄마 없이 남겨진 주원과 산하, 해준.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고등학생이 된 이들은 정말 가족처럼, 친구처럼 지낸다.

 

 조금 철 지난 하이틴 클리셰처럼 공부 잘하고, 운동 잘하고, 잘생겨서 인기 많은 두 오빠와 그들에게 보호받고 사랑받지만, 오빠들을 향한 연애편지를 전달하느라 지치고 질투받는 여주인공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에 산하와 해준이 가족으로 인해 겪는 아픔과 부재에 대한 슬픔이 한 스푼, 그리고 특별한 방식으로 새롭게 구성된 가족에게서 얻는 행복이 한 스푼 추가된다.

 

 가족 힐링 드라마인 줄만 알고 드라마를 시작했던 내게는 꽤나 큰 스트레스를 준 작품이다. 

 

 우선, 남매인 척하지만 전혀 남매스럽지 않은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관계이다. 주원은 두 오빠와 진짜 가족이 되고 싶어 한다. 서류상으로 묶여 같은 성을 쓰는 남매. 주변 사람들의 말과 시선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하는 그녀와 진짜 가족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산하는 주원에게 그 마음을 숨기려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기에 산하는 주원을 그저 동생으로 본 적이 없다. 

 

 서로 피가 섞이지 않은 남남이고, 청춘의 남녀이니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두 아빠들 사이에서 남매처럼 큰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로맨스의 기류를 풍기고 있으니, 어쩐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거부감이 생긴다. 그럼에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그 모든 것을 커버하는 듯한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가장 스트레스가 되었던 부분은 단연, 산하의 엄마인 정희였다. 사실 정희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대사들이 스트레스였다. 그녀에게 산하는 화풀이 대상이고, 통제해야 하는 소유물이며, 자신을 망가트린 죄인이다. 전형적인 회피형 인간이다. 딸의 죽음을 도저히 자신의 잘못으로 인정할 수가 없어서, 아들을 원망하는 것으로 슬픔을 이겨내는 유형. 

 

 더 답답하게 느껴졌던 건, 산하가 절대 엄마를 거역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모진 말을 들어도, 아무리 힘들어도 묵묵히 참아낸다. 동생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고, 엄마의 슬픔을 걷어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산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겨우 8살 때 동생의 죽음을 목격했고, 그로 인해 엄마의 미움을 받았다. 가스라이팅이나 다름없는 말을 들으며 엄마와 마주하는 모든 순간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엄마의 사랑을 목말라한다. 어쩌면 엄마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 

 

 마지막 화에서, 산하를 붙잡고 놔줄 생각이 없던 정희는 끝내 딸인 소희와 영국으로 떠나기로 한다. 산하가 가진 커다란 흉터를 고백한 이후였다. 하지만 정희는 끝까지 들을 생각 없이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고, 산하는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아프면 아프다, 힘들면 힘들다 말할 걸 그랬다. 죄송하다." 라고 말한다. 산하의 일을 전하려 전화한 대욱에게 영국행을 알리는 정희는 "내가 떠나서 좋니?"라고 말하며 "산하한테는 말하고 갈 거야." 라는 말로, 결국 처음과 단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끝이 난다.

 

 작가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간혹, 아니 자주 '가족'이라는 단어에 얽매여 의무처럼 관계를 이어나가곤 한다.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용서를 강요받는다.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관계를 쌓는 것처럼 함부로 말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산하의 엄마, 정희 다음으로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 인물이 바로 해준이었다. 

 

 아역 배우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이 드라마의 감초 같은 역할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굳어진 분위기를 풀어주고,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게 만드는 그런 캐릭터. 

 

 그러나 성인 배우로 전환되자마자 그런 기대는 모두 날아갔다. 여주인공의 관계에 있어서는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오빠 포지션이고, 운동 잘하고 잘생긴 인기남임을 강조하기 바쁘다. 

 

 그런 와중에, 해준이 모든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끊임없이 엇나간다. 주원에게 구박을 받아도 웃고, 엄마가 떠났어도 홀로 씩씩하게 버티던 모습은 없다. 간혹 장난기 넘치고 해밝은 모습이 의식적으로 끼워 넣은 장면처럼 등장한다. 해준은 큰 사건을 마주할 때마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유가 없진 않다. 엄마의 오랜 부재. 남의 집에 얹혀 산다는 부채감.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 

 

 해준은 사랑받을 줄 모르는 아이처럼 굴었다. 해준은 8살에 엄마가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무한한 사랑을 받았다. 엄마가 떠나고 정재를 따라와 주원과 가족으로 살았을 때에도 해준은 사랑받았다. 재정은 친딸인 주원보다도 해준을 더 챙기는 것처럼 군다. 

 

 물론 상처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작가가 풀어내는 해준의 캐릭터는 성장하지 않는 아이이다. 끊임없이 사랑을 의심한다. 산하와 주원이 사귄다는 것을 알았을 때, 해준은 이렇게 말한다. "왜 맨날 나만 버려지는데." 산하, 주원과 한참을 냉전을 벌이다가 주원의 친구인 '달'에게 하는 말은 더 이해하기 어렵다. "억지 부리는 거, 너는 아는데 걔들은 모른다." 나의 이해력과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안 그래도 별로였던 해준의 캐릭터를 완전히 싫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해준이 사랑받은 것만큼 사랑을 베풀 줄 알게 되는 캐릭터였다면 어땠을까. 

 

 +) 달의 어려운 고백에 "갑자기 그런 거면 됐다. 못 들은 걸로 할게."라고 거절했다가, 질투심에 마음을 깨달았는지, 어쨌는지  "나랑 만나볼래? 그냥 "네"해라." 라며 사이 이어지는 장면은 정말 최악이었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여주인공이 처음부터 외치는 것은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였는데 막상 두 남자주인공이 진짜 가족들에 얽매여 여주인공과 아빠들에게 상처 주고 소홀히 하는 듯해서, 주제가 상충된다고 느꼈다. 

 

 그럼에도 로맨스적인 부분에서는 정말 가슴 설렐 수 있다. 주인공들이 고등학생일 때보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로맨스가 폭발하는데, 두 사람이 가족처럼, 남매처럼 자랐다거나 하는 미묘한 부분을 커버할 만큼 설렘 가득하니 두 사람의 로맨스가 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너무 스트레스가 심한 나머지 8화는 보지 않고 건너뛰었다. 

 

 사실 7화 중반부터 위기였다. 해준의 농구 실력을 본 대학 관계자와 고등학교 코치가 "명주대 가면 사라질 선수겠죠. 혼자 잘해봤자 아니겠습니까?"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래서 나는 해준이 현실을 깨닫고 꿈을 쫓아가는 스토리로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해동고등학교가 휘명고등학교를 이기며 아주 활기찬 장면이 연출된다. 게다가 해준이 상대팀을 도발하는 대사는...... 물론 개인 취향이겠지만, 내게는 불호 포인트였다.

 

 이쯤에서 그만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와중에 8화 예고편을 보니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다. 그래서 8화를 건너뛰고 9화를 우선 재생시켰다. 9화마저도 별로이면 정말 그만 봐야지 했는데, 9화가 또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결국은 마지막화까지 보았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정신 건강을 위해 8화는 건너뛰는 것을 추천한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배우들의 연기력이 생각보다도 더 좋았다. 

 

 1화에만 등장하는 아역 배우들조차 돋보였다. 세 캐릭터를 정말 완벽히 연기해 내서, 보는 내내 웃음 짓게 만들었다.

 

 중년 배우분들의 연기력은 감탄할 지경이었다. 최원영 배우님이 연기한 윤정재는 정말 이상적인 엄마 같은 아빠였고, 최무성 배우님이 연기한 김대욱은 정말 거칠고 무뚝뚝한 현실 아빠 같은 모습이라, 두 사람의 부부 캐미가 보는 내내 즐거웠다. 권정희를 연기한 김혜은 배우님은 모든 순간 나를 분노하게 했고, 강서현 역을 연기한 박은혜 배우님은 여러 번 나를 눈물짓게 했다.

 

 박달을 연기한 서지혜 배우님도 내성적인 소녀 역할에 찰떡이었다. 그녀의 이전 작품인 <어쩌다 마주친, 그대>도 이 기회에 추천해 본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배현성 배우님과 황인엽 배우님도 이전 작품에 비해 훨씬 연기력이 늘었다고 느꼈다. 특히, 황인엽 배우님은 <18 어게인>, <여신강림>, <안나라수마나라> 에서 봤었는데, 세 작품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연기였다. 다음에도 가슴 콩닥콩닥하게 만드는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으로 보고 싶다.

 

출처. JTBC 공식홈페이지

 

 정채연 배우님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 보았다. 필모를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드라마에 출연했어서 놀랐다. <혼술남녀>, <다시 만난 세계>, <투 제니>, <연모>, <금수저> 등. 처음엔 가수인 줄 모르고 이름을 찾아보다가, 프로듀스 101의 그 정채연 님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로맨스 드라마의 여주인공답게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매력이 가득하고, 상처받고 울적한 장면들 또한 적절히 표현해 냈다. 다음 작품에서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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